꽃들의 자존심
꽃시장 경매장에 전국에서 꽃들이 모였다. 절화도 있고 화분도 있었다. 대부분 경매는 절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기 모여든 꽃들은 자존심을 걸고 경매에서 최고의 가치를 얻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더 생생하게 보이고 아름답게 보이려고 각각 있는 힘을 주어 빳빳하게 꽃대를 세우려 애쓰고 있었다.
나는 여름이 최고로 좋은 수국이다. 지금은 수국이 최고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는 계절이다. 요즘은 하우스에서도 많이 살고 있어서 겨울에도 수국이 있기는 하지만 햇살 받고 제 계절에 자란 꽃들이 튼튼하다. 하우스용은 힘이 없어서 주인이 마음먹은 대로 다루기가 힘이 들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싱싱한 꽃잎을 자랑하려고 꽃잎을 잔뜩 세우고 있다. 만족한 정도로 싱싱해 보였다. 거베라가 쳐다본다.
“그렇게 세우고 있어도 너는 잎이 많아서 시끄러워 다른 꽃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러는 너는 토종(수입 꽃이라는 말)도 아닌 주제에”
“토종 아니라도 나를 찾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언제 어디서나 잘 어울리잖아~”
“아무데나 어울리는 것보다는 나처럼 우아하게 정해진 곳에만 들어가는 게 더 멋지지 않니? 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아한 자태잖니? 호호호”
“역시 시끄러워”
“우아한 자태보다는 화려한 모습이 더 낫지 않니” 골드메리(금잔화)가 끼어든다.
“너보다는 내가 더 우아하지 않니? 이 계절이 아니면 절대로 볼 수 없는 특별함을 지닌 건 바로 나 작약이지 않니? 날 흉내 낸 조화도 없잖아”
“넌 토종도 아니고 난 토종이면서 튼튼하고 우아하잖니?”
“토종이 왜 아니야! 난 향기도 있는 토종이야!”
“그래? 토종도 있고 아닌 것도 있구나. 근데 토종보다 토종 아닌 게 더 튼튼하니 원~”
“난 사용 용도가 많아. 여자들 화장품 만드는 데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이거든.”
“그래도 난 너희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은 토종의 우아함을 지키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언제나 튼튼한 만년 젊은이 같은 나 멋지지 않니?” 니시안셔스가 빠지기 싫어서 끼어든다. 다른 꽃들은 기가 죽어 할 말이 없다. 니시안은 싸고도 생명력이 오래가서 플로리스트들이 아주 좋아하고 많이 사용하는 꽃이다. 옥시가 한마디 거든다.
“화려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정말 있어야 할 자리에 빠지지 않고 있어주는 게 더 중요한 거야. 내가 들어가야 모든 게 완성된 느낌이 들잖아.”
옥시는 부케도 테이블장식에도 들어가면 튀지 않는 완성된 느낌이 있다.
‘튀어도 튀는 느낌이 들지 않고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면 그게 더 멋진 꽃이 아니겠니?“
안시리움이다. 다들 기가 죽어서 거들지 못한다.
“그렇지. 한 개만 사용해도 독불장군처럼 보이지 않고 멋진 작품이 되면 그게 더 훌륭한 꽃이겠지.”
극락조다. 극락조는 봉우리 속에 꽃이 들어있어서 몇 번이고 핀다. 꽃이 핀 모양이 새 같아서 극락조라 부른다.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운 꽃이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서로의 자랑은 끝이 없었다.
나머지 소리 없이 듣고 있던 녹색 꽃과 잎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우리 중 한 개로 빛날 수 있는 꽃은 한 가지(꽃가지-꽃 한대)도 없어. 우리 그린이 있어야 너희들도 작품이 될 수 있어. 다 함께 있어서 어울려야 제대로 빛을 발하고 멋있는 작품을 만들 듯이 아무리 잘났다고 떠들어도 디스플레이어나 플로리스트 눈에 손에 잡혀야 작품이 되는 거야. 우린 다 멋지고 잘난 꽃들이야. 호텔 로비에, 넘볼 수 없이 유명한 분들의 책상위에, 축하하는 마음을 담은 꽃다발에,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신랑 신부의 예식장에, 화려한 테이블 장식에 소박한 어떤 아줌마의 식탁에 사용이 어디든지 멋진 플로리스트를 만나고 멋진 주인을 만나서 훌륭한 작품 만들어. 그래야 최선을 다하는 거고 최고의 아름다운 꽃이 되는 거야.”
그렇게 경매장을 차례대로 빠져나간다. 헤어짐에 익숙해져 인사조차 할 수 없이 조용한 소리 없는 이별을 하지만 언제 어디서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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