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스크랩] 제6강-나는 돈이다

옐로미키 2011. 8. 9. 22:56

나는 돈이다. 나의 수명은 주인을 잘 만나면 길어지지만 주인을 잘못 만나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아진다. 나는 조폐공사라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한국은행으로 들어가 시중은행을 통해 시중으로 나가서 발행이 되면 사용이 가능해진다. 나를 흉내 내어서 만들어지는 위조지폐라는 것도 있지만 숙련된 은행원들에 의해 곧 발견된다. 요즘은 스캐너나 프린터가 매우 정교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쉽게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세밀한 위조지폐도 많다. 그래도 곧 발견된다. 돈을 만지는 은행원들은 촉감만으로도 알 수 있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돈을 귀하게 여겨야 돈이 주머니에 들어온다는 어른들의 말씀대로 나는 험하게 구겨지는 것이 싫다. 나는 시장에서 유통될 때 가장 고통스럽다. 아무리 새 지폐를 줘도 시장아줌마들은 구겨서 앞치마에 넣기 때문이다. 새 지폐를 주면 기분 좋게 구기지 않고 웃으면서 아유~, 새 돈이네. 귀하게 사용해야지하면서 곱게 주머니에 넣는 분들이 나는 너무 좋다. 내 얼굴에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는 주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도장까지 찍는 이들도 있다. 중고등학생들은 아마 공부하다가 지치면 내 얼굴에다 그림도 그리고 연애편지까지 구구절절이 적는 아이들도 있다. 돈으로 사랑고백을 하는지 돈에다 고백사연을 줄줄이 적는 이들도 있다. 그 돈은 사용하지 않을 건지 전화번호를 적는 사람도 있다. 모르고 써 버리면 전화번호는 어떻게 되는 걸까?

동전은 더 심하게 구박을 받는다. 소원을 빈다고 연못에 던지는 사람, 연못에 들어가면 부식되기도 하거니와 그 동전은 못쓰게 되고 은행에서도 세는데 많이 힘이 든다. 요즘은 10원짜리 동전은 길에 떨어져도 아무도 줍지 않는다. 동전을 사용할 일이 잘 없나보다. 집에 있는 대형 저금통에 가득 가득 들어있다. 언제 바깥세상으로 나가나 목을 빼고 기다리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동전의 수명이 30년이지만 30년 넘어서 시중을 떠돌아다니는 친구들도 있다. 태어나자마자 저금통속에 들어가서 폐기 될 때쯤 세상을 보는 불쌍한 친구들도 있다. 요즘은 자선단체에서 동전을 모아 불우이웃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10원 동전을 만드는 데는 그의 3~4배의 비용이 든단다. 그런데 사람들은 동전을 너무 소홀히 대한다. 동전도 돈인데 좀 귀하게 여겨줬으면 정말 좋겠다.

 

세탁기에 들어가서 세탁을 당해서 형태만 남은 돈, 치매든 노인이 갈기갈기 찢은 돈, 아기들이 가위로 자른 돈, 불에 탄 돈, 너무 구겨져 낡아서 흐물흐물해 진 돈들은 폐기를 한다. 돈의 수명을 다 한 것이다. 동전도 물에 빠져서 부식된 돈, 해수욕장의 모래밭에 파묻혀서 부식된 돈, 정화조에 빠져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식된 돈, 폐차장에서 폐차하고 나면 기계 속에서 이상하게 찌그러진 동전들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동전들도 폐기 된다. 동전은 형체도 없이 용해된다. 태어나서 수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돈은 면으로 만든다. 지질이 세계에서 제일 좋다고 하기 보다는 질기다고 해야 맞다.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와서 형체가 남아있는 돈은 한국 돈밖에 없을 거다. 한국 돈은 생긴 것도 멋지고 디자인도 예쁘다. 세계 지폐전시회에 갔었는데 다른 나라 돈은 우습게도 생기고 장난감처럼 생긴 돈도 많았다. 얇아서 세탁기에 들어가면 형체도 남지 않을 것 같이 생긴 것도 많았다. 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배려를 해 준다면 우리들의 수명은 연장되고 만드는 비용도 훨씬 절약 될 것이다. 못 쓰는 돈을 폐기 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그 비용만큼 힘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일석이조인가. 지폐는 지갑을 사용해서 곱게 넣어 다니고 동전은 동전지갑을 이용해서 편리하게 사용을 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험하게 사용하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돈의 수명이 길어지면 폐기비용과 새로 만드는 돈의 비용이 줄기 때문에 우리네 생활도 훨씬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내 얼굴이 잘생긴 상태로 오래 유지되기를 한없이 바란다.

출처 : ♥독서클럽♥ 책으로 만나는 세상
글쓴이 : 옐로미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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