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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강 – 10년 후 어느 날
오늘은 정원을 가꾸며 편안하게 쉬고 있다. 정원은 일주일에 한번은 손을 봐줘야 예쁘게 정돈된다. 잠시만 소홀하면 화가가 마음대로 그린 추상화처럼 변해버린다. 나는 시간이 나면 정원을 가꾸면서 나무들과 꽃들과 대화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분재관리사자격증을 가진 이후로 분재도 몇 그루 만들고 있다. 몇 그루 있는 분재는 더 많은 세월이 흘러서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도 살아있다면 역사를 만드는 일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더 정성이 간다. 분재는 그렇게 수백년의 세월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만들며 가꾼다.
그저께는 독거노인들과 향기주머니를 만들었다. 나도 노인이지만–인간수명이 길어져서 60대는 노인 에 속하지도 않는다-그들과 함께 하면 그들도 즐겁고 그들의 표정도 밝아지고 나도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많이 행복해한다. 다음 주에는 양로원 노인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이 잡혀있다. 봉사 할 수 있는 힘과 능력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열정이 내게 아직 많이 남아 있나 보다. 힘이 닿는 한 열심히 봉사를 하고 싶다.
병원에 가서 봉사도 한다. 웃음 치료사 자격증으로 노인들과 아이들에게 웃는 방법을 가르치며 간접적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프리카로 봉사를 가기도 한다. 내가 후원해주었던 에티오피아 소년은 멋지고 듬직한 대학생이 되었다. 그곳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면 저절로 즐거워진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 아이들을 보면 그들과 함께 하는 일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잘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내 스스로 행복해진다.
시간이 나면 도자기를 굽는 가마에 간다. 내가 주물러서 만드는 도자기가 나는 너무 좋다. 세상에 하나뿐이기도 하거니와 만드는 동안의 즐거움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예쁜 들꽃을 꽂기도 하고 차를 담아 마시기도 하며 특이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장식한다. 칠보장식으로 장신구나 작은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칠보의 화려하면서도 중후한 멋은 보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방문하면 그것을 선물 한다. 아주 특별한 선물이기 때문에 그들도 즐거워한다.
집 안 한쪽 구석에 꾸며 놓은 다실은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안정시키는 데는 백점이다. 소나무로 만든 가구와 창문틀의 은은한 소나무향이 저절로 마음의 안정을 준다. 마음을 비우고 싶거나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혼자서 조용히 들어가 혼자인 것을 마음껏 즐긴다. 다실 안에 오래 있으면 신선이 된 기분이 든다.
때로는 인문학 강의도 하고 꽃꽂이 강의도 나가고 화훼장식기능사 심사를 가기도 한다.
바쁜 와중에도 틈을 만들어 글을 쓰기도 한다. 세월이 묻어나는 내 철학이 담긴 글을 써서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고 희망을 준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기분 좋은 할머니다.
그리고 틈이 나면 여행을 한다. 멋진 사진과 글을 남기기 위해서 여행에 집중한다. 내 이름이 적힌 책이 나올 때면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행복하고 기쁘다.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낸 기분이다.
나는 바쁘게 살면서 수많은 만남을 만들고 수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수많은 사연들을 만들어 낸다. 그것들은 모두 내 글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는 즐거움과 행복이 된다.
‘10년 후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살아라’는 글귀를 40대 어느 날 책에서 읽었다. 10년 후 할 일 없는 사람이 되어서 TV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뭔가를 열심히 배웠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했다.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세월이 지난 10년 후 나는 뭘하고 있을까? 지금처럼 열심히 뭔가를 할 수 있는 노인이 되고 싶어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산다. 생활에 쓸모가 없을지라도 지금 내가 즐겁고 행복하면 뭐든지 배우고 만들며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201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