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스크랩] 1강-독후감쓰기-리큐에게물어라

옐로미키 2011. 11. 28. 11:04

다도茶道에 대해서 한국, 일본, 중국은 서로 원조라고 실랑이를 아직까지 벌이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것이 원조인지 중요하지는 않다. 이 후로도 계속 이어질 일이다.

다도의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일본이나 전통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한국이나 그래도 자기들이 최고라고 우기는 중국이나 그 맥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들은 사 줄만 하다.

다도 소설 리큐에게 물어라에서는 일본의 다도에 대한 아름다움이 잔잔하게 박혀있다.

천부적인 미적 감각으로 일본다도의 기풍을 세운 명인 센 리큐는 일본 다도의 큰 틀을 세운 사람이다. 일본의 주목받는 역사소설 작가 야마모토 겐이치는 이 소설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리큐의 할복하는 날로부터 시간을 역행해 가는 구성이다.

리큐는 천하제일의 통치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스승이다. 천부적인 재능과 아름다움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착, 무서울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 굽히지 않는 그의 성정으로 히데요시의 눈 밖에 나게 된다. 히데요시는 그의 스승이자 최고의 다인 리큐에게 죽음을 내린다. 센 리큐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고요하고도 열정적인 삶을 재현한 소설이다.

히데요시는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다도에 대해서는 리큐가 자신보다 뛰어남을 인정했다. 하지만 리큐가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 천하를 통치하는 그는 리큐의 복종이 맘에 들지 않는다. 서로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서로 굽히지 않는 자존심 때문에 그는 결국 리큐에게 죽음을 내린다.

그는 아주 사소한 리큐의 행동에도 신경을 쓴다. 리큐는 항상 품고 다니는 향합이 있다.

가슴속깊이 간직한 조선여인의 손가락이 든 향합이다. 히데요시는 이 향합이 최고의 도자기라고 생각해 탐을 낸다. 이 향합 안에 든 손가락은 리큐가 죽기 전 불에 태우면서 그 태운 재로 차를 우려 마신다. 향합은 리큐가 죽고 난 후 리큐부인에 의해서 산산조각이 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잔잔하고 고요한 다실의 아름다움과 적막이 그림같이 눈앞에 그려졌다.

다도의 미의식이 충분히 그려졌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아름다움을 한 올 한 올 풀어낸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다도를 위해 조선의 도자기가 탐이 나서 임진왜란을 일으켰다는 설도 있다. 임진왜란은 일명 도자기전쟁이라고도 한다. 이 때 조선의 도자기 장인들은 거의 다 잡아갔다는 설도 있다. 지금도 일본에서 하는 다완 전시회에 가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진 다완은 일본에 모두 있다고 전시회 보고 나면 화가 난다고 일본학을 전공한 지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다도는 마음을 정화시킨다. 차가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도의 고요함과 차를 따르는 물소리가 마음을 정갈하게 만든다. 일본의 다실은 징검다리를 건너서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으로 만들어져 있다. 징검다리도 작은 문도 모두 나를 낮추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다도와 함께 하는 다실의 풍경과 다실의 한 켠을 장식하는 꽃꽂이도 움직이지 않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잔잔한 아름다움이 극에 달하는 것이 일본 다도의 전통이다. 차를 우려마시는 다완 또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다완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이 차를 마시는 이들에게도 전해질 것 같은 고요함이 일본다도의 특징이다.

 

첫 이슬을 먹은 어린 녹차 잎으로 만든 차를 마시며 이슬을 먹은 느낌으로 가슴속까지 정화시킨다. 나는 다도를 좋아한다. 다도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차를 마시는 그 분위기를 좋아한다. 차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 주변의 분위기가 좋아한다. 굳이 녹차가 아니어도 한국의 전통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그 분위기가 참 좋다. 굳이 전통찻집이 아니어도 좋고 깊은 산속이 아니어도 좋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대추차라도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솔향기 풍기는 소나무로 만든 다실을 갖고 싶다. 그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 고요하고 정갈한.

 

출처 : ♥독서클럽♥ 책으로 만나는 세상
글쓴이 : 옐로미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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