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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에서 진 꽃 부용꽃 허난설헌 '사라진편지'

옐로미키 2010. 9. 9. 10:50

실화?

허구?

읽고나서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책을 펼쳐들면 빠져든다.

남성만 우월함을 인정받던 시대에 태어난 불행한 여자.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을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하고싶은 일을 하고 싶었을 터.

마음의 병이 들어서 허난설헌은....자신을 포기했다.

마지막은 ....... 가슴에 남는 .....애절함.

 

 

 

조선의 천재시인 허난설헌,
아름다운 시 뒤에 감춰진 조선여류시인의 드라마틱한 삶과 꿈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허난설헌의 동생 허균이 누이의 수려한 글에 매료된 중국의 황제에게 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세도가 집안의 종부로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두 아이를 일찍 여읜 슬픔 속에 살아간 허난설헌의 파란만장한 삶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버지 허엽 밑에서 시서화를 배운 허초희(난설헌)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글재주를 보였다. 아버지 허엽 밑에서 시서화를 배운 허초희(난설헌)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글재주를 보였다. 세상의 변화를 꿈꿔온 허균은 누이에게 규방보다 더 큰 세상이 있다고 충고하고 시 모임에 데려간다. 남장을 하고 나선 초희는 그 모임에서 마음에 품은 단 한명의 사랑, 왕견을 만난다. 그들은 시문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키워나가는데…….


 

“아버지, 저는 이름을 가질 거예요!” 허엽이 어린 딸을 빤히 쳐다보았다.
“시호를 갖고 싶다는 말이겠구나. 조선의 여인 중에는 아직 없다. 알고 있느냐?”
“아버지, 여자가 이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부당합니다. 사람으로서 이름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과 글을 짓는 사람으로서 시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 모두 부당합니다.”
“글자를 알면 생각을 가지게 되고 생각을 가지게 되면 상대방에게 따지게 되어 있다. 여자는 시시비비를 따지면 안 되느니라. 그게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다.”
“남자들의 생각이겠지요. 그건 옳지 않아요.”
“그래? 옳지 않다면 바꾸어야지.”
“아버지. 지어주세요.”
“이름을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오직 집안사람들만이 네 이름을 부를 것이다.”
“나중에는 세상 사람들이 부르게 될 거예요.”
“하하하. 먹을 가는 것보다 네 말을 듣는 것이 더 후련하다. 시름이 없어졌어.”
…허엽은 오동나무에 난설헌(蘭雪軒)이라는 당호를 써서 처마 밑에 달았다. 태양이 높이 떠서 그 빛이 맹렬한 속도로 부서지는 날이었다. 초희는 녹의홍상을 입었다.
“난혜지질(蘭惠之質)에서 난蘭을 땄다. 여자의 빼어난 문재를 유서재라 한다. 하늘하늘 땅으로 늘어진 버들개지다. 푸른 버들개지를 흰 눈에 비유하여 서설이라고 한다. 허니 그 두가지를 합한 난설은 고결하고 뛰어난 문재를 가진 여자를 의미한다. 난설헌. 마음에 드느냐?
“마음에 드옵니다.”
초희가 녹의홍상 허리를 굽히고 까만 머리를 숙였다.
“초희는 아름답고 재주가 뛰어난 여자라는 뜻이다. 아비는 너에게 두 개의 이름을 주었다. 본명 초희와 시호인 난설헌이다. 내가 너를 높이 보았다. 이름값을 해야 할 것이야. 자는 네가 지어라.”
“벌써 지었어요. 아버지. 중국 여류시인 번부인의 이름을 딴 것이옵니다. 경번이라 합니다.”
“좋구나. 오늘을 기억하여라. 네가 시인으로 태어난 날이다.”

 

균…세상이 달리 보여. 어제까지 보던 세상이 아니야. 나무가, 꽃이, 나비가, 흙덩이가 내게 다가오며 말을 걸고 있어. 어둠 속을 바라보는 눈에는 빛이 환하게 보여. 그런데 이 아픔은 무엇인지? 빛은 또 다른 고통이구나. 이대로는 숨이 차서 살 수가 없어.
…아, 글을 쓰고 싶어 미치겠어. 수천 년을 살아남을 서책이 되고 싶어. 내 몸이 붓이 되고 종이가 되고 있어. 그곳에 영혼의 풀씨가 자라나면 내 몸은 떠날 거야. 나는 그들과 어울리지 않아. 그리고 이제는 아무도 더는 원망하지 않아.

 

닫힌 세상을 향해 부용꽃 같은 시를 토해낸 허난설헌.
우리 역사상 최초로 해외 베스트셀러가 된 시집을 쓴 조선의 여인.
그러나 세상은 그녀를 규방에 가두어 죽어가게 했다!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시혼? 한 집안의 종부에게 시혼이라니!”
세도가 집안의 종부, 불행했던 결혼생활, 두 아이를 일찍 여읜 슬픔.
시 하나로 이 모든 고난을 초월한 천재 시인 허난설헌.
아름다운 시 뒤에 감춰진 조선여류시인의 드라마틱한 삶과 꿈이 펼쳐진다!

 

이 작품에서 아름다운 ‘사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허난설헌’ 그녀가 쓴 시문들이다. 그 시문들은 아주 섬세한 언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사라진 편지》의 문학적 강점은 허난설헌의 섬세한 시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그 시대와, 그 시대가 낳은 정신적 분위기와, 그리고 그 시대에 태어난 다른 문화들, 더 나아가 다른 시풍들과 뜨겁게 대립시키고 긴장시킴으로써 그 차이와 관계로부터 삶과 문학에 대한 다양한 층위를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 정과리(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